주머니속 애벌레도감 - 생태탐사의 길잡이 2
생태 탐사의 길잡이 2
『주머니 속 애벌레 도감』
글과 사진 손재천
책 모양 국반판(112×150), 올 컬러, PUR 제본
쪽수 456쪽
책값 25,000원
곤충 관찰 학습을 나갔을 때 아이들이 잡아 온 애벌레 이름을 몰라 난감했던 적이 많습니다. 아이들의 야물지 못한 손에도 쉽게 잡히는 탓인지 무슨 애벌레를 그렇게 자주 가져오고, 또 그 애벌레들은 어찌나 다양한지….
이전의 해충 도감과 같이 애벌레들을 무슨 현상 수배범인 양 도열하기보다는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애벌레들의 모습을 들춰 내고자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애벌레들의 치열하고, 지혜롭고, 아름다운 성장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감동하기를 기대합니다.
—글쓴이의 말 중에서
1. 애벌레란 무엇인가
- 애벌레에 대한 인식
“나를 잘 보아라. 나는 지금 고치를 만들고 있단다. 내가 마치 숨어 버리는 것같이 보이지만, 고치란 피해 달아나는 곳이 아니란다. 변화가 일어나는 잠시 머무는 여인숙과 같은 거야. 애벌레의 삶으로 결코 다시는 돌아갈 수 없으니까. 그것은 하나의 커다란 도약이지. 변화가 일어나는 동안 너의 눈에는, 혹은 그것을 지켜보는 누구의 눈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벌써 나비가 만들어지고 있는 거란다. 오직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뿐이지.”
트리나 폴러스의 동화『꽃들에게 희망을』의 일부다. 애벌레가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나비가 되어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는 이야기로, 맹목적인 경쟁 속에서 꿈을 잃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는 용기를 주어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애벌레는 단지 어른벌레(진정한 자아)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나타나 있다.
집 주변이나 산과 들에서 무수히 마주치는 애벌레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어떠한가. 나풀나풀 나는 나비로 탈바꿈하기 전에는 작물이나 나뭇잎을 갉아먹는 해충 혹은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존재에 그치는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조차 그 애벌레가 탈바꿈하여 무엇이 되는지 모른다.
지은이는 애벌레야말로 곤충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말한다.
“애벌레 시기는 단순히 발생학적으로 ‘어른벌레’로 가기 위해 거치는 단계가 아니다. 오히려 곤충의 전체 생활 중에 가장 중요한 시기로, 전 생애에 걸쳐 사용될 영양분이 대부분 이때 축적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어른벌레 시기는 분산과 생식을 위한 부수적인 단계일 뿐이다.”
- 애벌레 연구의 어려움
우리나라에서 애벌레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농업과 임업에서 해충 구제를 위한 연구가 전부일 정도고,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이는 우리나라 생물학계가 아직도 분류학의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 자란 어른벌레를 채집하거나 관찰해 이름을 붙이는 일은 아주 기초적인 단계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그런 단계에서도 초기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생활 기간이 길고 사육이 어려운 애벌레를 연구하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데 그 생물의 생활을 파악한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애벌레를 관찰하기 위해 사육을 하려면 우선 애벌레의 생활 조건이나 먹이 등 애벌레의 특성에 관한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자료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는 한 종 한 종 실패를 거듭하며 길러보지 않고는 알 수 없으며, 지극한 정성과 그만큼의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 젊은 곤충분류학자의 끈질긴 노력과 열정으로 애벌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다
자연에 엄연히 존재하고 곤충의 진정한 모습임에도 그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던 애벌레가 젊은 곤충분류학자의 끈질긴 노력과 열정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10여 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애벌레를 기르고 결국 날개돋이를 거쳐 어떤 어른벌레가 되는지 관찰하며, 애벌레와 어른벌레의 짝을 맞추는 고된 노력과 끈기가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2. 애벌레 도감 발간이 지니는 의미
『주머니 속 애벌레 도감』의 발간으로 그동안 곤충의 진정한 모습임에도 그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던 애벌레가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주머니 속 애벌레 도감』의 발간은 국내 최초라는 시기적인 의미를 넘어선다. 생물학 분야에서 우리보다 한참 앞서 있다는 일본에서도 지난해 처음으로 애벌레 도감이 나온 것과 그 내용이 이 책을 따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주머니 속 애벌레 도감』의 발간은 분류학의 초기 단계에 머물던 우리나라의 생물학을 행동학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이자, 선진국에 비해 뒤처졌던 우리나라 생물 도감의 수준을 일거에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끌어올린 쾌거라 할 수 있다.
3. 『주머니 속 애벌레 도감』의 특징
도서출판 황소걸음에서 선보이는 ‘생태 탐사의 길잡이’ 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발간된 『주머니 속 애벌레 도감』은 우리 주변과 산에서 쉽게 마주치는 곤충의 애벌레 397종을 다뤘다. 애벌레의 생생한 사진과 어른벌레의 사진을 같이 실어 어떤 곤충의 애벌레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애벌레의 생태적 특성과 외형적 특징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나타나는 때, 사는 곳, 크기는 물론 먹이까지 밝혀 애벌레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손아귀에 쏙 들어오는 판형에, 잘 펼쳐지고 튼튼한 PUR 제본을 적용하여 탐사 현장에서 사용하기 편리하게 제작되었다.
작은 판형이지만 여백을 최소화하여 사진 크기가 전문 도감에 비해 작지 않으며, 군더더기 없는 효율적인 구성으로 필요한 정보는 모두 갖추고 있다.
4. 차례
1. 진정한 곤충의 모습, 애벌레
1) 애벌레란 무엇인가?
2) 애벌레의 생김새
3) 애벌레의 분류
4) 누가 누구의 애벌레인가?
2. 여러 종류의 애벌레
3. 나비 무리의 애벌레
4. 애벌레 기르기
5. 찾아보기
5. 글쓴이 소개
손재천은 나비를 연구하는 분류학자다. 특히 애벌레 생태에 관심이 많아 10년 넘게 애벌레를 관찰하고 사육했다. 경희대학교 생물학과와 강원대학교 농생물학과에서 공부했으며, 충북대학교 식물의학과 곤충계통분류연구실과 농촌진흥청 농업생물부 유용곤충과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동안 「나방류의 성충 및 유충 분류」를 비롯, 국내외에 논문 40여 편을 발표했다. 현재 미국 메릴랜드 대학 곤충학과에서 공부하며(박사 과정), ‘Tree of life’라는 세계 생물종 분류 프로젝트에 참여해 ‘집나방과’ 나방의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