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스크랩] 노암 촘스키 / 지식인의 책무

황소걸음출판사 2005. 11. 4. 22:15

 

 

Writers

 

and Intellectual Responsibility

 

by Noam Chomsky

 

                                                                                    

 

신자유주의. 경제적 합리주의가 뜻하는 바는
"부자에게는 사랑을, 그 밖의 모든 사람에게는 모질게"라는
말로 요약된다.
그리고 그들이 외치는 새로운 시대정신은 한결같다.
'돈을 벌어라! 너만을 생각하라!' 고 말한다.

 

                                                                                    

 

지식인의 책무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도덕적 행위자로서 지식인이 갖는 책무는
'인간사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 문제'에 대한 진실을
'그 문제에 대해 뭔가를 해낼 수 있는 대중'에게
알리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기업 내에서 모든 정책은 위로부터의 통제에서 나온다.
정책을 결정하는 이런 힘에 경영의 권한이 더해지면서
모든 권한은 필연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전달되고,
모든 책임은 밑에서 위로 향한다.
따라서 '민주적' 관리 방식과는 정반대다.
한마디로 독재 권력의 구조와 다를 바 없다.

 

'신자유주의'나 '경제적 합리주의'라 일컬어지는 이데올로기의 임무는
민중들에게 그들이 어리석게 믿고 있는 바와 달리 그들에게는
아무런 권리도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런 사실은 '과학'으로 증명되었다.
자본주의 이전 시대의 문화가 저지른 중대한 오류는
민중이 사회에서 취약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위치를 차지하며, 그에 따른 권리도 갖는다는 믿음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과학이 등장하면서 '살 권리'라는 개념이
논리적 오류라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따라서 민중들에게는 시장에서 행운을 실험하는 권리 이외에는
어떤 권리도 없다는 사실을 집요하게 설명해 줄 필요가 있었다.
독자적으로 보유한 재산도 없고 노동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사람은
'한 줌의 음식도 요구할 권리가 없고, 현재 몸담은 곳에 있을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선택의 자유는 있다.
노동시장, 노역장, 죽음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이도 저도 싫으면 다른 곳을 찾아 떠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을 도우려는 시도는 가난한 사람을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반면에 부자는 공권력의 도움을 받는다.

 

우리는 경제의 합리주의가 체계화되어 강요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언제나 그랬더니 이중적인 면을 띠었다.
약한 사람들에게는 시장법칙이 가차없이 적용되었고,
필요할 때마다 부자와 특권계급을 보호하려는 정부의 개입이 있었다.

 

정치 경제 시스템의 실제 주역들은 자유시장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을 버린 지 오래이다. 단지 자유시장 신봉자들만이 그 환상에 젖어있다.

 

요즘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기업의 이익'이란 단어가
'일자리'로 둔갑해서 쓰인다.
그리고 상위 10 %가 국민전체소득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세금문제를 말할 때
부자나 가난한 사람 모두 똑같은 세율의 세금을 내야한다는
주장을 '공정하게 모든 국민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말한다.

 

요즘 들어 '정부보조금'이란 단어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그 말은 '안보'를 위한 투자라는 용어로 변형되어 쓰인다.
민간기업의 전횡과 부정부패를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안보국가(National Security State)는 단골 메뉴다.
안보를 들먹이며 그들은 공공 자금을 첨단산업, 결국 부자들의
호주머니로 쉽게 빼돌린다.

 

두려움과 증오심을 심어주는 것은 예부터 민중을 다스리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안보라는 한마디에 국민은 외부의 적을 두려워하면서 움츠린다
덕분에 정책입안자들은 테크노크라트적 고립(technocratic insulation)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세계은행이 즐겨쓰는 이 용어가 의미하는 바는
대강 해석하면 '끼리끼리 논다'는 뜻이다.

 

자유시장 이데올로기가 뜻하는 바는
부자들은 공공보조금을 받고 정부의 보조를 받아야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가혹한 시장논리를 적용받아야 한다는
이중 잣대의 논리를 말한다.
따라서 기업 인센티브, 역진적 성격을 띤 세금감면 등
부자들을 위한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제안들은
'일자리 창출과 임금 향상을 위한 법'이란 이름으로
둔갑하여 제안되고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라는 조건을 붙이기는 하지만
이런 명분은 중요하지 않다.
일반적 상식에 따르면 여기서 말하는 '일자리'는
기업의 이익을 뜻하며 '일자리 창출'이란 제안은
실질적으로 임금을 '아래로 향상시키겠다'는 제안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유연화'란 다른 말로 저임금과 초과 근무를 뜻한다.

 

'범죄와의 전쟁'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나오는 범죄법안의 가혹한 대책은
사실은 범죄와 마약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러나 그것은 국민과의 전쟁에서 대단한 효과를 가진다.
적어도 두 가지 면에서는 그렇다.
하나는 대다수 국민에게 삶의 질이 떨어지고 기회를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겨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3세계의 모델을 국내에 도입할 때
어떤 식으로든지 통제해야 하는 사람(잉여적인 존재)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범죄와의 전쟁' '마약과의 전쟁'은 범죄법안의 가혹한 대책외에
범죄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그 어떠한 시도는 없었다.
오히려 범죄가 국민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뿐이다.

 

대부분의 국민에게 삶의 조건과 노동조건은 악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산업사회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현상이다.
우리는 지금 '메마르고 상스러운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모두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한다. 기도해봤자 소용이 없다.
전 세계가 자본의 파도에 시달리고 있다.

 

OECD연구보고서는 "오늘날에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보다
과점적 경쟁, 기업과 정부의 전략적 결탁이 첨단 산업에서
경쟁적 이점과 국제적 노동 분할을 결정한다'고 결론지었다.
이런 현상은 농업, 서비스업, 제약업 등 경제의 전반적인 분야에서
동일하게 확인된다. 그러나 대다수의 세계인은 시장논리에 구속되어
시장의 경이로움을 찬송하면서 이런 소리를 거의 듣지 못한다.
아니, 이런 소리를 들을 권리조차 인정되지 않는다.

 

우리는 눈을 크게 뜨고 배워야 한다.
기만과 왜곡의 그림자를 뚫고 들어가 세상에 대한 진실을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이고 첫 단계이다.
그후 민중의 힘을 조직화해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과거의 예를 들어보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결코 쉬운 일도 아니다.
우리의 역사에서 이런 선택이 인간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킨 때가
드물게 있었다.
그리고 글이 믿음을 얻으려면 읽혀야 하는 법이다.

 

                                                                                    

 

노암 촘스키 지음 "지식인의 책무"중에서
강주헌 옮김 / 도서출판 황소걸음(2005)


 
출처 : 오지마을/e-이장 |글쓴이 : e-이장 [원문보기]